불광선원의 하안거(夏安居)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느냐. 여래가 설한 바 법이 있느냐?”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저녁 7시 30분이 되면 불광선원 강의가 시작된다. 오늘은 『금강경』의 한 구절, 정한 법이 없는 무유정법(無有定法)을 논하는 시간. 선원장 무각 스님이 법문을 통해 강의의 문을 여신다.
“무유정법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요, 이를 부처님의 가르침, 즉 불교라 일컫습니다. 불(佛)은 영원한 생명의 근본인 불성을 의미하며, 교(敎)는 서로 걸림 없이 소통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유자재하게 소통하는 도인들은 호랑이나 독사와도 소통이 가능하다지만, 번뇌에 사로잡힌 우리 일체중생들은 자식들과 소통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죠?”
선원장 스님의 재치 넘치는 말씀에 여기저기서 킥킥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불광선원에서는 선원장스님의 지도 아래 이론과 실참을 병행한다. 불광사가 중창불사에 들어가면서 공간부족 문제로 인해 여러 모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불광선원이다. 옛 법당인 문수당을 선원으로 삼아 매년 여름과 겨울 안거를 지낸 지 4~5년이 흘렀지만, 최근 모든 제반시설이 교육원으로 이전하면서 독자적인 선방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 선방이 있을 때는 안거 때마다 매일 오전, 오후, 저녁으로 나뉘어 죽비소리에 맞추어 수행자들이 좌선에 들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교육원 2층 강의실에 모여 선원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흔히 수행을 함에 있어 따로 정해진 명당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모름지기 참선이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이 뭣꼬’를 곱씹어야 제 맛인 법인데, 현재 불광사의 여건은 그러하질 못하니 아쉽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만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강의실을 선방삼고 의자를 방석삼아 참선하는 실참자들이 있어 불광선원의 선풍(禪風)은 그칠 날이 없다.
“지금 자리 잡아야 나중에 괜찮을 것이다.”라는 무각 스님의 의미심장한 말씀 속에 수행자들의 결연한 의지가 모두 함축돼 있는 듯하다.
비록 독자적인 공간은 없지만, 불광선원 자체가 움츠러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예로, 선원 저녁반 모임이 활성화되었다는 것과 집중정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불광선원은 매주 1회 정기모임을 진행하는데, 작년 동안거부터 저녁반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매회 20~30명 정도의 불자들이 꾸준히 모임에 참여하고 있으며 수행의 열기 또한 뜨겁다고 한다. 한편 매월 둘째 주 금요일에는 집중정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저녁 7시부터 밤 12시까지 교육원 4층 법당에 모여 좌선을 하는데, 때때로 철야정진을 실시하기도 한다.
불사의 원을 세워 『금강경』을 독송하다
불광선원 수행자들 외에도 『금강경』으로 안거를 나는 사람들이 있다. 불광사 중창불사 원만회향의 원(原)을 세우고 사시예불 때마다 『금강경』을 독송하는 분들이다. 불광사에서는 매일 사시예불 때 광덕 큰스님이 번역한 한글본에 따라 『금강경』을 1독씩 독송한다. 1독이 끝난 후에는 예불에 동참한 분들과 중창불사 발원문을 읽으며 또 한 번 원을 세운다.
최초 바라밀 염송반이란 이름으로 조그만 법당에서 자체 수행모임을 가졌던 분들이 중창불사가 본격화되면서 매일 사시예불에 맞춰 염송과 독송을 하기 시작했다. 불광사에서 오랫동안 임원활동을 해 오신 선학보살님을 중심으로 2인 1조씩 팀을 구성해 보광당에서 집전을 하는데, 요즘은 중창불사가 무탈하게 진행되고 있는 데 감사하는 마음으로 『금강경』을 독송하고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사시예불에 참석하는 분들이 많이 있고 저마다의 발원이 있지만, 저희가 『금강경』을 독송할 때는 다함께 불광사 중창불사를 위한 발원을 해주시고 계십니다.”
『금강경』 독송을 이끌고 있는 선학 보살님의 말씀이다. 사실이 그러할 것이다. 불광사 중창불사는 누구 한 사람의 원이 아닌, 모두가 함께 세운 원이기에 다들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염원할 것이다. 지금은 사시예불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불자들이 예불 후 『금강경』 독송을 함께 회향할 만큼 정착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일요일이나 재일 날 법회가 있어 독송을 하지 못하는 날은 서운해 하시는 노보살님도 계실 정도라고.
한번은 부산에서 올라온 한 보살님이 우연히 기도에 참석했다가 놀라움과 감동을 토로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분은 “큰 법당에서 보살님 두 분이 목탁을 들고 집전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재가자가 자발적·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불광의 가풍(家風)에 반한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신심에 탄복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아무튼 이후 보살님은 매월 한 차례 서울에 올라오실 때면 꼭 불광사를 들르신다고 한다. 언제까지 하실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 보살님이 들려주었다는 답변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중창불사가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해야죠.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감사기도를 드릴 생각입니다.”
2556년 여름 안거, 불광사는 이렇게 『금강경』과 함께 수행의 향기를 내뿜고 있다.
글 김남수_불광사 기획실장 사진 하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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