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 n 북한산

즐거워라 ! 청춘의 일상

북한산인 2012. 5. 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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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청년법회 이야기


 매주 일요일 오후 4시가 되면 불광사의 선남선녀 40여 명이 4층 보광당으로 모여든다. 목탁소리에 맞춰 법문이 시작되고, 법문이 또 끝난다. 카페인 없는 커피가 더 맛있고 붕어 없는 붕어빵이 맛있듯, 법회는 법문보다 뒤풀이가 더 중요한 것이 만고의 진리. 청춘들의 해피타임은 법문이 끝난 후부터다. 

 이번 달은 부처님오신날을 준비하는 기간, 불광청년회에 부과된 임무는 봉축율동 선도하기다. 연등축제 때 불광사 신도들이 미리 봐 두어야 할 노래와 춤을 5월 첫째 주 일요법회에서 시연해야 한다. 이 시기는 불광청년들이 불광사 신도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다. 일요법회 법문이 끝나고 주어지는 시간은 단 5분, 그 짧은 무대를 위해 3~4주를 연습한다. 춤은 동작에 절도가 있어야 하고, 동료들과의 호흡이 중요한 법. 동작을 맞추고 몸을 부드럽게 다듬기 위해 매주 일요일 오후 한두 시간을 동고동락한다.



청년들이 주인 되는 법회


 율동 연습이 끝난 다음에는 저녁 공양을 하고 차담시간을 갖는다. 불광청년법회의 뒤풀이에는 놀랍게도 술이 없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6시 즈음 시작되는 차담은 빨라도 8시, 늦으면 9시에서 10시까지도 진행된다.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도 많은지…. 별 것 아닌 것에도 젊음의 기운이 느껴진다. 사실 차담이라 해봐야 특별할 것은 없는데 대체로 사랑 이야기, 학업과 취업 문제 등 우리시대 청년들이 갖는 공통적인 주제이다. 그런데 어느 조직이든 청년들의 모임에는 커플이 문제라고,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커플 두 쌍의 닭살 돋는 애정행각에 모임은 썰렁해지기 일쑤다.


 불광청년법회 지도법사 본공 스님은 이 시간까지 함께한다. 스님에 따르면 조금 어려운 이야기는 개별 상담시간에 많이 나온다고 한다. 법회 시작 전이나 다른 날에 스님을 찾는 청년법우들의 고민거리는 역시 취업 문제, 학교와 학업 문제, 이성 문제란다. 스님은 대부분 스스로 답을 갖고 오기에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라고 말씀하지만, 그것이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자기들끼리는 웃고 떠들고 하지만 막상 스님 앞에서는 펑펑 눈물을 쏟는 법우들도 있다고.


 불광청년법회가 매년 이렇게 활성화돼 있던 것은 아니다. 3~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법회에 참석하는 인원이 7~8명에 불과하던 시절이 있었다. 서로 의무감에서 참석하던 법회에 어느 덧 130여 명이 등록해 있고, 매 법회마다 40여 명이 나오는 법회로 성장했다. 본공 스님은 법문과 차담을 중심으로 하면서, 청년법회 임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청년법회의 주인은 청년들이라는 생각이시다.



봉축맞이, 청년들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조그마한 절일수록 부처님오신날에 청년법회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불광사는 큰 절이다 보니 청년법회가 주인공이 아니다. 부처님오신날 불광청년법회에 떨어지는 임무는 온갖 허드렛일. 오전에는 5,000명이 넘는 불자들의 공양을 나이 많은 거사님들과 함께 운반해야 한다. 그나마도 법당이 교육원으로 옮긴 이후로는 공양을 옮기는 난이도가 더 높아졌다. 5층에서 1층으로 올리거나 1층에서 5층으로 들고 날라야 한다. 그 좁은 복도에 그 많은 인파 사이를 뚫고 말이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두 번째 일은 연등 3,000개를 서울놀이마당으로 운반하는 것이다. 말이 3,000개지 트럭으로 몇 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덜렁 옮겨 놓는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서울놀이마당 무대 밖에 연등을 적재한 후 연등을 조립해야 한다. 연등에 초를 넣고, 깃대 하나에 연등 두 개씩을 고정시켜 연등을 완성한다. 이렇게 1,500개를 만들어야 두 번째 임무는 끝이 난다. 석촌호수 제등행렬에 참가해 우아하게 연등에 불을 밝히는 보살님들은 청년들의 이 수고로움을 알란가 모르겠다.


 세 번째 임무는 문화행사가 끝난 후 연등에 촛불을 밝히는 것과 놀이마당 청소다. 청소를 끝내고 남은 연등과 쓰레기를 불광사에 다시 가져다 놓으면 비로소 청년법회의 임무는 마무리된다. 이들의 밤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1년에 단 2번 허락된 음주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진 부처님오신날 행사에도 지친기색 없이 뒤풀이는 끝을 모르고 계속된다. 모르긴 해도 올해 부처님오신날 역시 그러할 것이다. 틀림없이 그럴 테다!


연애권장 불광애정촌


  불광청년법회의 가장 독특한 점은 ‘사내 연애’를 대놓고 권장한다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불기 2556년 새로 선출된 임원단의 사업목표도 ‘사내 연애’가 그 첫 번째라고 한다. 불광청년법회는 만 35세 이상이 되면 무조건 청년회를 나가야 하는데, 이것은 청년법회가 생긴 이래 거의 불문율처럼 내려온 전통이다. 예전에는 결혼과 동시에 청년회를 나오지 못하게 한 적도 있을 만큼 불광청년법회는 순수함(?)을 중요시한다.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다른 사찰 청년법회와 달리 학생법회를 마치고 대학에 올라가거나 취업을 한 법우들이 청년법회로 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현재 불광청년법회 법우들 중 1/3 이상이 학생법회 출신으로 구성원들 중에는 대학생도 있고 젊은 직장인도 있다. 모임에서는 아무래도 직장인들이 대학생들을 많이 배려하고 고민을 들어주는 편이다. 이 모든 것들이‘사내 연애’를 가능하게 하는 필요조건이라는 어느 청년 회원의 말씀!


 한편 불광청년법회에는 ‘바라기’라는 독특한 모임이 있다. 동아리의 다른 이름이라 하는데 조금 생소한 단어이다. 지금은 밴드 바라기와 수행 바라기가 운영되고 있는데, 그중 밴드 바라기의 활동이 좀 더 잘되는 편이다. 이들은 연말연시나 매년 초에 있는 ‘바라밀 한마당’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데, 최근에는 연말송년법회에 초청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직장인 위주로 모임이 구성되다 보니 평일 초청은 거절할 수밖에 없다고.


 수행은 법회와 1년에 두 번 있는 템플스테이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매주 일요일 진행되는 법회에서 본공 스님이 법문을 하시는데, 앞으로는 매달 1회씩 초청강연을 계획하고 있다. 아직 정착되지는 않았지만, 부처님오신날 이후에는 초청강연을 제도화해 꾸준히 지속시켜나갈 예정이다. 템플스테이는 1년에 여름과 겨울 2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 이 시간에 법우들은 신심과 연애심을 돈독하게 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들려온다.


 요즘 불광청년법회의 고민은 다른 사찰에 다니던 청년들이 불광청년법회로 온다는 것이란다. 자랑인지 고민인지 모르겠지만, 법회가 안착되면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청년들이 많아진 듯하다. 불광의 특성 중 하나가 가족이 함께 절에 다닌다는 것인데, 청년회도 마찬가지이다. 청년법회에 나오는 법우 중 부모님이 불광사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 온 가족이 함께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서로 간의 신뢰도 쌓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글 김남수_불광사 기획실장 사진 하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