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 n 북한산

벌써 4년, 불광장학회

북한산인 2012. 9. 1. 10:43











벌써 4, 불광장학회

 

불광장학회가 설립된 지 벌써 4년의 시간이 흘렀다. 2008년 가을 15명의 학생들에게 2,5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8번에 걸쳐 매학기3,000만원 내외의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연인원으로 따지면 지금까지 총 182명이장학금을 받았고, 장학금으로 지급된 총 금액은 223백만원에 이른다. 보이지않는 곳에서 꿈꾸는 자들의 열정을 지원해온 불광장학회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불광장학회 구성을 위한 논의는 법주스님(광덕 스님)이 계실 때부터 시작됐다.1996년 가을부터 법주스님, 지철 스님, 박충일 전 회장님, 심재룡, 정병조, 성태용 교수님, 박홍우 판사님 등이 여러 번에 걸쳐 논의를 진행하면서 당시로는 어머어마한(?) 금액을 출자해 재단법인으로 장학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1997년 초 설립 등기 신청까지 마쳤지만 아쉽게도 무산되었다.

사실 광덕 스님은 불교계 인재양성을 위한 큰 꿈을 오랫동안 유지해오셨다 . 이는 공부에 대한 스님의 열의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출가 전, 해방 이후의 혼란한 시국에 일을 하면서 대학에 다녔다는 것은 그만큼 스님께선 공부에 목말라하셨다는 반증이다. 스님은 출가 이후 범어사와 종단 소임을 보실 때도 갓 출가한 스님들의 교육에 무척 열성적이었다. 그런데 스님께서 소임을 맡고 계시던 1950~1960년대는 출가자가 세속에 대해 무지할수록 좋다고 믿던 때라, 스님들이 세속의 공부를 하는 것은 금기에 가까웠다. 행여나 환속할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광덕 스님의 생각은 달랐다. 대학을 다니다가 출가한 스님은 능가 스님과 단짝을 이뤄 불교학, 심리학, 논리학, 윤리학, 철학, 법학을 범어사 대중스님을 대상으로 직접 강의하셨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중학교만 졸업하고 출가한 스님들을 고등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무진 애를 쓰셨다. 범어사 스님들은 해동고등학교에서 공부를 했는데, 범어사에서 해동고등학교까지는 거리가 꽤 있었다. 차가 귀하던 시절, 스님은 사미 스님들을 위해 차를 구입하고 직접 운전을 해 등하교를 시켰다.

광덕 스님은 종단 소임을 맡으면서 출가자 교육의 큰 틀을 다지셨다. 지금의 동국대학교 선학과 설립을 위해 노력하셨던 것이 그것이다. 당시는 대학입학이 예비고사로 이뤄졌기에 출가한 지 5~6년 된 스님들이 일반 고등학생들과 경쟁해 대학에 들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동국대학교에 스님들만을 위한 학과를 따로 만들자는 방책이 나왔고, 종단과 동국대학교가 합심해 선학과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승가학과(僧家學科)를 개설했다. 이때부터 종비생(종단에서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광덕 스님은 불광사를 창건한 이후에도 일반 재가불자들을 위한 교육이나 개별적으로 여러 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셨다. 이러한 인재양성을 위한 스님의 꿈은 지금도 이어져 불광장학회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불광장학회를 이끌어 가는 장학회 이사들의 가장 큰 괴로움은 장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후원회원을 늘리는 일, 장학회 사업을 논의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할애되지만 역시나 가장 힘들고 신경 쓰이는 일은 장학생을 선발하는 일이다. 매학기 3,000만원 내외의 예산으로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는 인원은 25명 정도이다. 매년 2월초에 초등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으로 나누어 장학생을 선발하는데, 평균 경쟁률은 3:1이다. ‘누구를 뽑아야 할 것인가보다는 누구를 떨어뜨려야 하는가가 더 힘든 과제이다. 장학금을 받겠다고 신청하는 학생들의 사연은 구구절절하다. 공부를 열심히 해 불광과 불교의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는 학생도 있지만, 대개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다. 그 사연을 다 읽고 떨어 뜨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죽하면 떨어진 학생에게 개별적으로라도 장학금을 줘야겠다는 생각까지 할까. 그리고 장학생을 추천하는 분들이 대부분 불광 가족들이라 추천하는 분들의 얼굴을 봐서라도 쉽게 판단하지 못한다. 인지상정이란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한편 이렇게 선발된 학생들은 1년에 2, 일요법회에서 장학금을 수여받는다. 20129월에도 30명의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을 것이다. 불광장학회는 200명 안쪽의 후원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된다. 설립 초기에는 사중에서 출자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100% 회비로 운영된다. 물론 회원 중에는 제법 큰 금액을 보시하는 분도 있다. ‘동명반야회는 후원회원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분들이다. 동명반야회는 오랫동안 불광사를 다닌 불자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는 봉사단체로 아주 오래 전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다 불광장학회가 구성된 이후 장학생 선발을 장학회에 위탁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동명반야회가 직접 추천하는 경우도 있고, 추천된 사람 중 동명반야회가 지정해 장학생을 선발하기도 한다. , 동명반야회는 이들에 대한 장학금을 전액 부담하는 형식으로 불광장학회와 결합한다. 동명반야회와 불광장학회가 서로 윈-(win-win)하는 형태다. 아직은 위탁 형식의 장학금 지급이 동명반야회밖에 없지만,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1,000, 불광장학회가 꿈꾸는 회원 숫자이다. 언젠가 불광장학회가 법인으로 등기되어 더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사회적으로 공신력 있는 장학기관이 되길 꿈꾼다.

 

<참고자료> 광덕 스님 시봉일기(도피안사, 2008)

글 김남수 불광사 기획실장

사진 하지권

 

소설가를 꿈꾸는 불광장학생

동국대 문예창작과 이 금지

 

초등학생부터 대학원생까지, 불광장학금을 수여받은 학생들이 많다. 그중 이금지

학생은 부모님이 불광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어 장학금을 신청하게 되었다고 한다.

 

Q 문예창작과에 다니는데, 앞으로의 꿈은?

A. 어릴 적부터 소설이며 시를 많이 읽어 왔어요. 그래서 대학도 문예창작과를 가게 되었는데, 졸업 전까지 등단하는 것이 꿈입니다. 신춘문예에 등단하면 가장 큰 영광이지요.

 

Q 문예창작과에서 어떤 공부를 하나요?

A. 문예창작과는 이론보다 실기 위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성적평가도 실기로 하구요. 거의 한 한기 내내 작품을 쓰고, 서로 평가한다고 보면 될 거예요. 대학을 입학할 때도 실기 시험이 중요한 평가기준이 됩니다.

Q 어떤 분야의 글쓰기를 하고 있나요?

A. 저는 소설을 공부하고 있어요. 소설을 공부하면서 인간을 공부하고 상상력을 키웁니다. 근데 아직 많이 부족해요. 졸업 전까지 단편 소설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할 예정입니다.

 

Q 불광과의 인연은?

A. 부모님이 불광과 인연이 있어서 불광사에 다니게 되었어요. 장학금을 받은 소중한 인연이 있어서 장학금 수여식 날에는 꼭 나옵니다. 힘들 때 함께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구요, 졸업 이후에 또 한명의 후원자가 될 거예요.

 

소설가를 꿈꾸는 이금지 학생. 지금은 습작생이지만 훗날 어엿한 작가가 되어 월간 불광에서 글로 만날 수 있기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