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plus> 2012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불교는 어느 종교보다 생사生死라는 말에 익숙하지만, 사실 죽음은 두려움 그 자체이기도 하다. 불가佛家에서 사자死者를 위해 염불과 설법을 해주고 장례의식을 행하는 것을 ‘시다림尸陀林’이라고 한다. 죽은 이의 천도를 위한 스님의 염불 소리는 이 생에서 저 생으로 건너가는 망자를 위한 동아줄과도 같다. 보통은 스님이 시다림을 하지만 불광사에서는 이를 연화활동이라 하여 전문적으로 시다림을 하는 연화부원과 연화법사님이 있다. 오늘 ‘불광 불광인’에서 만나볼 주인공은 불광 연화법사 손기원 법사님이다.
망자를 배웅하는 역할
3일장으로 치러지는 장례식 기간에 유족들의 요청이 있으면 스님과 연화법사님은 3번 출타를 한다. 첫날 망자가 부처님께 귀의하는 수계염불을 하고, 둘째 날은 입관염불로 의식을 진행하며, 마지막 날엔 발인부터 장지(혹은 화장장)까지 동행한다.
손 법사님은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연화부원으로 활동하다가 2005년 연화법사로 부촉 받았다. 법사님의 하루 일정은 부처님도 모른다. 죽음에는 예고가 없기에,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하루 일과를 조정한다. 새벽이든 늦은 밤이든 항상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전화벨이 울리면 곧장 장례식장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1992년 연화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 선배님들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입관할 때 망자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염을 해야지 시선을 돌리거나 움찔하면 안 된다고요. 망자를 고이 보내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것이 나의 사명임을 생각하면 두려운 마음은 사라집니다.”
입관할 때 두렵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한 손 법사님의 답변이다. 법사님은 입관의식보다 발인이나 장지에서 의식을 진행할 때가 더 힘들다고 말한다. 이승과 작별을 고하는 망자와 그를 떠나보내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이라서가 아닐까 싶다.
“입관과 화장을 할 때 많은 가족이 서글피 울지요. 특히 예기치 않은 죽음 앞에서는 유족들뿐만 아니라 염불하는 저희도 가슴이 울컥합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염불소리가 끊기고 달라져서는 안 됩니다. 망자를 배웅하는 역할을 다하기까지 슬픔과 안타까움을 삼켜야 합니다.”
신심과 사명감으로 걷는 길
재가자가 염불을 하면 유족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손 법사님 말씀에 따르면, 예전에 연화부 활동을 할 때 재가자가 장례식장에서 요령을 들고 목탁을 치면 유족들이 당황해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스님이 함께하시고 또 유족들이 대부분 불광과 인연이 있기에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1982년 광덕 스님이 연화부를 창설할 때 두 가지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연화부원은 장례활동에 있어 몸과 마음가짐을 스님과 똑같이 해야 하며, 또한 유족들에게 어떠한 폐도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 재가자가 목탁을 들기도 어려웠던 시절에 요령을 들게 한 걸 보면, 광덕 스님의 선각자적 풍모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연화법사는 의식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장례절차에 대한 상담도 한다. 요즘은 장례가 대부분 병원에서 이뤄지고 상조회 문화가 정착되어 상담이 많이 줄었지만, 장례를 마치고 고인을 절에 모셔 재를 지내기까지 여전히 많은 상담이 이뤄진다고 한다. 망자의 첫 기일을 어떻게 보낼지, 유품은 어떻게 정리할지 등을 상의하는데 특별히 사고나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경우에는 좀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연화활동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손 법사님은 법사로 부촉받기 전 연화부원으로 활동할 때도 일의 우선순위를 항상 연화활동에 두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 저녁이면 장례식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일이 다반사였고, 심지어 장지가 멀리 있으면 새벽같이 집을 나서 밤늦게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어떤 때는 한 달에 열일곱 번이나 상이 난 적도 있었다고. 이런 활동을 받쳐주는 힘은 사명감과 신심이다. 손 법사님은 유족들이 장례를 마치고 재를 지내면서 불광사를 다니게 될 때, 유족들의 밝은 얼굴과 감사한 마음을 전달받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글 김남수_불광사 기획실장 사진 하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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