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사에서 발행하는 <공감Plus> 2012 3+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원래 제목은 '송파나루가 있었던 불광사터'였는데 편집자가 '불교도래지'라는 수식어를 넣었네요....
위 그림은 조선시대 유명한 화가인 겸재 선생이 그린 송파진(松坡津)입니다. 멀리 뒤 로 보이는 산 정상에 남한산성의 모습도 보이는데요, 이번 호 ‘불광의 사진첩’에서는 불광사 터의 역사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송파진의 위치는 현재의 석촌호수 사거리 부근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옛 사람들은 알지만,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강의 본류는 지금의 석촌호수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저 그림 어딘가에 지 금의 불광사 터가 있지 않을까요?
송파진이 위치해 있던 송파나루는 광주와 한양을 잇는 중요한 상업 교통로로 충청도, 경상도에서 올라온 생산물이 한양으로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요충지였 습니다. 이곳에서 열린 송파장은 전국 각 지방의 산물이 집산되는 중심지로 5일장이 아닌 상설점포가 일찍부터 형성되었으며, 조선시대 15대 장터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지만, 바로 그곳에 지금의 불광사가 서 있는 것이지요.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 나타난 송파지역 모습입니다. 한강 오른쪽으로 잠실도(잠실 섬)와 부리도(부리섬)라는 섬이 보입니다. 즉, 예전의 잠실은 뚝섬과 같은 섬이었던 셈이 죠. 옛 사람들은 한강을 배로 건넜다고들 하는데, 이는 송파나루터에서 잠실섬까지 배 를 타고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시 한강의 물줄기를 보면 잠실섬 하류가 본류였음을 알 수 있는데, 하류를 송파강이라 부르고 상류를 신천이라 부른 까닭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마도 신천은 배가 다니지 못할 정도의 개울이었던 듯싶습니다.
한강 본류가 잠실섬 하류에서 상류로 바뀐,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일이 일어났으니 그 유명한 을축년 대홍수입니다. 1925년 전국에 걸쳐 네 차례 홍수가 일어났는데 사망자 가 600명이 넘을 정도로 큰 홍수였습니다. 이 홍수로 한강 유역은 대부분 물에 뒤덮였 는데 이후 한강의 본류가 바뀌게 됩니다. 신천은 강이 되었고, 송파강은 그 폭이 아주 좁아졌습니다.
을축년 홍수로 신천강은 한강의 본류가 되어 제법 큰 물줄기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송파강은 존재했다는 사실. 조선시대부터 큰 나루터를 형성했던 송 파강이 지금의 석촌호수가 된 데는 1970년대 강남개발의 역사가 함께합니다. 1970년대 잠실지구 종합개발 계획으로 잠실섬과 부리섬은 지도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대신 대 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됩니다. 본래 한강 북쪽에 붙어 있던 잠실섬이 을축년 대 홍수와 잠실개발로 인해 한강 남쪽과 연결되면서 섬이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이지요. 다만 석촌호수가 남아있어 그 옛날의 영화를 회상케 해주고 있습니다.
을축년 대홍수가 큰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주었지만, 이로 인해 소중한 역사 현장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바로 암사동 선사유적지,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입니다. 이 토성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견이 있지만 대체로 위례 백제의 왕성(王城)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만약 토성이 위례 백제의 왕성이었다면, 송파나루는 불광사에게 있어 큰 의미 를 가지는 곳이 됩니다. 서기 384년 인도의 마라난타 스님이 백제에 도착하면서 백제 불교가 시작되는데, 스님이 도착할 당시 백제 침류왕이 직접 성 밖으로 나가 맞이했다 고 합니다. 마라난타 스님이 멀리 인도에서 오실 적에는 분명 배를 타고 왔을 텐데, 어 쩌면 스님이 도착한 곳이 송파나루가 아니었을까 상상해 봅니다. 불광사가 자리 잡은 석촌동, 송파나루와 송파진이 있던 이곳이 혹 마라난타 스님이 거쳐 갔던 뱃길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글 김남수_불광사 기획실장
주_ 이 글은 송파문화원, 송파구 인터넷 기록관에서 제공한 역사자료와 사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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